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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해

Regular price $100,000

유럽의 19세기 말 20세기 초는 세기말, 세기 전환기, 또는 좋은 시절이라는 뜻의 벨 에포크로 불린다.  미술과 음악, 문학이 활짝 피어났고, 시민들의 일상은 오락과 소비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꺼질 줄 모르는 화려한 문화 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마음 둘 곳 없는 불안감을 맛보았다.  많은 천재들이 이 시대를 불면증과 피로감으로, 심지어는 광기로 거쳐 갔다.  하지만 불안은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잠시 머뭇거리는 아름다운 순간이기도 하다.  바로 이 시기에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이 잉태되었고, 영화, 기차, 비행기, 바캉스, 백화점, 그리고 도시의 화려한 불빛들 역시 이때 탄생했다.

우리는 가끔 100년 전 사람들 같아 보인다.  세상은 진보하고 있지만, 그 진보가 정말로 선하고 인간적이며 가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고,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으로 공허함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가 겪고 있는 정신적 방랑에 대해, 그리고 세상의 불완전한 것들에 대해, 완결되지 않은 가치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 가치판단의 준거점들을 어디로 잡아야 하며,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까, 그 시점은 바로 100여 년 전부터일 거라고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는 약 100년 전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그 시대 사람들의 감성을 우리 시대의 눈으로 살펴보면서, 21세기의 거리를 초조한 마음으로 내딛고 있는 우리 자신의 원형을 찾아보려고 한다.

100여 년 전의 세기 전환기에는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하여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가 과거의 리듬을 깰 만큼 대단해서, 사람들이 시대적 변화를 체감할 정도였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과거에서 미래로 진행되는 단계에 있다고 자각하게 되었으며, 지난날이 사라져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고대했던 것이다.  빠르고 편리해진 삶이 한편으로는 즐겁고 자유롭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문명화되지 않은 아스라한 과거의 몽상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은 심정, 그것이 바로 세기 전환기의 정서를 대표한다.

과거의 권위로부터 등을 돌려 미래지향적인 것들, 즉 편리함, 자유로움, 자연에 대한 통제력, 정보의 무한함 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향하는 사회적 질서를 모더니티라고 부른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몽상들이 함께 제거되는데, 이는 막스 베버쉴러의 말을 인용하여 언급하였듯, 바야흐로 “세계는 꿈에서 깨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후의 세계는 모호한 백일몽과 광기에서 깨어나 합리적이고 명확한 것들만 남아 있어야 하는데, 정말로 그럴까?  아니다.  예술이 우리 곁에 살아 있기 때문이다.  꿈꾸게 하지 않는다면, 미치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예술이라고 부를 다른 이유는 너무 미약하지 않을까.  변화와 위험의 요소가 사방에  퍼져 있는 불확실한 시대에, 예술은 때로는 모험적이고 때로는 통제 불가하며, 때로는 전적으로 우연에 내맡겨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측할 수 없는 영역만 절대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예술도 결국에는 인간세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따라 벨 에포크의 거리를 산책해보자.  몸으로는 오늘을 살지만, 정작 마음과 머리로는 내일을 살려고 애쓰는 우리에게 과거는 나를 들여다보는 거울이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내 인생이 머무는 현재에 대한 감각을 좀 더 선연하게 깨우게 될지도.